흑석동 204-104번지 일대 재개발 종합구상도. [이미지=서울시]

2014년 정비구역 해제 이후 10년 넘게 멈춰 있던 서울 동작구 흑석동 204-104번지 일대(옛 흑석10구역)가 신속통합기획을 마치고 재개발 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급경사 지형과 경관 규제라는 '이중고'에 막혀 있던 흑석뉴타운의 남은 퍼즐이 다시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는 흑석동 204-104번지 일대(4만8,693㎡)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상지는 용적률 212% 이하, 최고 23층 내외, 817가구 안팎의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용도지역은 제1종·제2종(7층 이하) 일반주거지역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조정된다. 가구 수에는 공공임대주택이 포함되며, 최종 규모는 정비계획 입안 과정에서 확정된다. 현재 토지등소유자는 345명이다.

이곳은 흑석재정비촉진지구에 포함돼 있다가 2014년 7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이다. 사업성 부족에 더해 고구동산으로 이어지는 구릉지, 자연경관지구 높이 규제, 열악한 진입도로 여건이 겹치며 장기간 사업이 표류해 왔다.

서울시는 '고구동산이 품은 흑석의 숲세권 주거단지'를 기본 방향으로 세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교통·보행 체계를 개선한다. 현재 왕복 2차로(폭 12m)인 흑석로를 폭 15m, 3차로로 넓히고, 흑석로에서 동양중학교와 본동 공공재개발 사업지를 잇는 폭 14m 도로를 신설해 남북 간 차량 흐름을 개선하고 주변 교통 부담을 덜어낸다. 보행공간은 최대 5m 폭으로 확보하고 녹지를 촘촘히 심어 폭염에도 걷기 좋은 '그늘보행로'로 조성한다.

둘째, 최대 69m에 이르는 고저차를 지형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지형을 따라 계단식으로 대지를 조성하고, 단차로 드러나는 벽면에는 화단형 식재와 다단 녹화를 적용해 위압감을 줄인다. 옥외 엘리베이터와 경사로로 급경사지 이동 불편을 덜고, 경사지 데크 아래에는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한다. 신설 도로변에는 서울형 키즈카페 등 생활 SOC도 들어선다.

셋째, 고구동산과 어우러지는 경관계획을 마련했다. 고구동산 능선과 맞닿은 자연경관지구에는 6~8층 저층 주동을, 지대가 낮은 곳에는 최고 23층 고층 주동을 배치해 능선과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만든다. 단지 안에는 고구동산근린공원 방향으로 폭 20m의 열린배치구간을 두고 공공보행통로와 연결해 조망과 개방감을 확보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이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한 뒤 주민간담회와 설명회를 거쳐 이달 기획안을 확정해 동작구에 통보했다. 내년 상반기 정비구역 지정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밟는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정비구역 해제 이후 장기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온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고구동산의 자연경관 보전과 사업 실현성을 함께 고려한 계획"이라며 "급경사지와 규제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서남권의 모범 주거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비계획 수립부터 사업 완료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흑석10구역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주변 시세에 있다. 흑석뉴타운 대장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이미 실거래가 34억 원을 넘어섰고, '흑석자이'도 최근 26억 2,500만 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를 8,500만 원 경신했다. 지난 5월 일반분양한 흑석11구역 '써밋 더힐'의 분양가는 29억 8,000만 원으로, 인근 기존 아파트보다 3억 5,000만 원가량 높았다. 바로 옆 노량진뉴타운에서도 8구역 '아크로 리버스카이'가 전용 84㎡ 최고 27억 9,580만 원, 6구역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 최고 25억 8,510만 원에 분양되며 강남권 분양가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흑석뉴타운은 3~8구역이 입주를 마쳤고 9·11구역이 분양 단계에 들어선 만큼, 흑석10구역은 사실상 흑석에 남은 몇 안 되는 신축 공급처다. 업계에서는 주변 분양가가 30억 원에 육박한 상황이어서, 그간 발목을 잡았던 사업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저층 위주의 경관 규제와 급경사 지형으로 공사비 부담이 클 수 있고, 주민 동의 확보도 관건이다. 실제로 바로 아래 흑석12구역은 반대율이 약 25%에 달하면서 동작구청이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추천을 재검토하기로 해, 제4차 후보지 선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좌초 위기에 놓였다. 흑석·노량진 일대가 '국평 30억' 시대를 맞은 가운데, 기획을 마친 흑석10구역이 정비구역 지정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