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도권에서 ‘30억 원 아파트'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 지정 이후 평형마다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30억 원 고지를 코앞에 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크로바 전용 164.95㎡는 올해 10월 29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1년 전 같은 달(22억 5,000만 원)보다 6억 7,000만 원 오른 가격으로, 30억 원까지는 8,000만 원만 남았다. 전용 114.63㎡(18억 9,000만 원)와 134.91㎡(22억 9,700만 원)도 1년 새 각각 26.8%, 27.6% 오르며 나란히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164.95㎡ 거래가를 전용 84㎡로 환산하면 약 14억 9,000만 원으로, 올해 8월 서울 광진구(14억 8,000만 원)·강동구(14억 7,000만 원)의 84㎡ 환산 중간값과 비슷하다.
상승의 배경은 정비사업이다. 정부와 대전시는 지난 7월 크로바·목련아파트의 둔산 13구역(2,798가구)을 비롯해 둔산 14구역(한가람·공작한양), 송촌 6구역(삼익소월·보람) 등 3개 구역 7,797가구를 선도지구로 확정했다. 둔산 13·14구역은 평균 96%가 넘는 주민 동의율로 선정권에 들었다. 선도지구는 안전진단 면제와 통합심의 등 특례로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다.

후속 계획도 나왔다. 대전시는 지난 26일 2027년과 2028년 정비물량을 한 번에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둔산 4,000호, 송촌 1,500호씩 총 5,500호 규모로, 내년 3월 주민 제안을 받아 상반기 중 대상지를 정한다. 평가 기준은 주민 동의율에서 정비계획의 구체성과 실행 가능성 중심으로 바뀐다.
1992년 입주한 1,632세대 대단지 크로바는 시청역과 행정기관, 둔산 학원가를 낀 대전 최고 선호 단지로 꼽힌다. 30년 넘은 노후 단지라는 약점이 재건축 기대감으로 바뀌며 몸값이 한 단계 뛰었다.
다만 대전 전체가 살아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올해 6월 말 대전의 미분양 아파트는 2,044가구로 연중 최대치였다. 원도심에 미분양이 쌓이는 동안 둔산동에서는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거래되는 등 같은 도시 안에서도 흐름이 엇갈린다. 이미 시세가 높은 단지들이 선도지구로 선정되면서 상급지 쏠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발 온기가 지방 대장주까지 번지고 있지만, 그 온기는 아직 일부 최상급지에 머물러 있다. 정비사업 효과가 대전 노후 도심 전반으로 퍼질 수 있을지, '실현 가능성'을 앞세운 2027·2028년 정비물량 선정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