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이 매장문화유산 심의에 또다시 가로막혔다. 국가유산위원회가 2024년 첫 심의 이후 네 번째, 올해만 세 번째 '보류'를 내리면서다. 서울시는 30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반복되는 보류로 행정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지난 21일 심의에서 '원위치 보존 원칙'을 보류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2024년 1월에는 정반대로 유적을 옮겨 보존하는 '이전보존'을 전제로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 사업시행자는 이를 따랐고, 같은 해 국가유산청 승인 아래 일부 유적을 별도 시설로 옮긴 뒤 11월 발굴현장 복토까지 마쳤다. 국가기관이 정한 방식대로 이미 끝낸 조치를 2년 만에 뒤집은 셈이다.
올해 심의는 '보류를 위한 보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8월에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확정 후 재심의하겠다며 보류했지만, 해당 인가는 이미 6월 19일 고시된 상태였다. 9월에는 현지조사가 필요하다며 다시 미뤘고, 10월 16일 조사를 마쳤는데도 10월 심의 결론은 또 보류였다. 요구를 이행할 때마다 새 사유가 등장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현지보존과 이전보존을 모두 보존조치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기존 조사 결과와 보존조치 경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존 방식이 바뀌면 전시계획은 물론 건축계획까지 다시 짜야 해 사업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종묘 세계유산영향평가 갈등이 심의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두 절차는 법적 근거와 목적이 전혀 다른데, 영향평가를 둘러싼 이견이 매장유산 심의를 늦추는 이유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종묘와 맞닿은 입지인 만큼 보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그 원칙이 옳더라도, 국가기관 승인 아래 이전과 복토까지 끝난 사업장에 뒤늦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방식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보류 장기화의 부담이 결국 주민과 시민에게 돌아간다며, 국가유산청이 일관된 기준에 따라 조속히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