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 핵심 단지의 가격 조정과 수도권 주요 거점 및 중하급지의 매매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상급지와 중하급지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이른바 ‘집값 평탄화’ 현상이 부동산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대장주 아파트 호가가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호가와 나란히 29억 원대에서 맞붙으면서 시장 왜곡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탄역롯데캐슬 vs 은마’라는 제목의 매물 비교 게시물이 확산하며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공개된 지난 10월 말 기준 매물 정보에 따르면,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주상복합)’ 102동 고층 전용면적 102.7㎡(공급 138㎡) 매물은 매매 호가 29억 5,000만 원에 등록됐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동 저층 전용면적 76.79㎡(공급 101㎡) 매물은 기존 호가에서 가격이 하향 조정되며 29억 9,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평형과 연식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수도권 외곽 신도시 주상복합과 대한민국 사교육·부촌 1번지인 대치동 핵심 재건축 단지의 매매 호가 차이가 불과 4,000만 원까지 좁혀진 셈이다.
특히 두 지역 모두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여 있다는 공통점까지 부각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축 주상복합에 GTX·SRT 인프라를 갖춘 동탄이 대세”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강남 핵심 재건축인 은마와 가격이 같다면 지금이야말로 은마에 진입할 신이 준 기회”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현상의 배경으로 ‘강남권의 숨 고르기’와 ‘반도체 벨트 및 중하급지의 키 맞추기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점을 꼽는다. 그동안 가파르게 치솟았던 강남권 초고가 단지들이 고점 피로감과 강력한 대출 규제 여파로 일부 호가 조정을 겪는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했던 서울 중하급지와 수도권 핵심지들로 매수세가 이동하며 가격 하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후광 효과도 동탄신도시의 몸값을 밀어 올린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고소득 직주근접 배후 수요가 탄탄하게 뒷받침되면서 동탄 대장주 단지들이 서울 주요 지역 시세를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격한 ‘집값 평탄화’를 두고 규제가 만들어낸 일시적 시장 왜곡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는다. 다주택자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대출 한도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상급지 거래는 숨이 죽고 특정 호재 지역의 신축 대장주로만 수요가 쏠리는 비정상적 가격 동조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향후 금리 추이와 정비사업 인허가 속도, 거시 경제 흐름에 따라 좁혀진 상·하급지 간 격차가 다시 벌어질지, 혹은 새로운 시세 기준으로 굳어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