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되는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과도한 임대주택 비율’이 사업 추진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가로 임대주택을 대거 끼워 넣는 방식이 고착화되면서, 치솟는 공사비 속에 조합원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정비업계와 언론 분석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공급 계획이 구체화된 주요 정비사업장 369곳의 평균 임대주택 비율은 18%를 넘어섰다. 특히 ▲용산구 동자동 일대(46.51%) ▲용산구 서울역세권(청파동1가·45.82%) ▲은평구 역촌역세권(대조동·44.32%) ▲강북구 강북5구역(43.24%) ▲동대문구 용두1-6구역(42.90%) 등 주요 도심 사업장들은 전체 가구 수의 40% 이상이 임대주택으로 채워져, 사실상 새로 짓는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꼴로 임대 물량이 배정된 실정이다.
이처럼 정비사업장 내 임대주택 비중이 기형적으로 불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매개로 한 공공기여 구조’에 있다. 서울시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사업이나 공공재개발, 신속통합기획 등을 통해 용도지역을 상향(종상향)해 주거나 법적 상한용적률까지 밀도를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가량을 임대주택으로 환수하고 있다. 초기 사업성이 부족한 노후 저층 주거지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밀 개발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임대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물론 도심 핵심지와 역세권에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청년·신혼부부 및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돕고 직주근접성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정비업계에서는 이러한 공익적 취지 이면에 민간 조합원들에게 전가되는 재정적·사회적 부작용이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사업성 악화와 조합원 분담금 폭탄’이다. 현재 지자체나 공공이 조합으로부터 임대주택을 사들이는 기준인 ‘표준건축비’는 최근 수년간 급등한 실제 하이엔드급 공사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사에 주는 평당 공사비는 800만~1,000만 원에 육박하는데, 공공에는 턱없이 낮은 가격에 주택을 넘겨야 하니 임대주택을 지을수록 조합이 적자를 보는 구조가 된다. 결국 일반분양으로 벌어들여야 할 수익이 깎여 나가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져 사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린다.
준공 이후 불거지는 ‘입주민 간 갈등과 단지 가치 하락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단점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를 무작위로 섞는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한강 조망이나 로열동·로열층에 임대주택이 배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억 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고 입주하는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재산권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다수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소셜믹스 동·호수 추첨 방식과 커뮤니티 시설 이용, 관리비 분담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공공기관 및 입주민 간 극심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1군 대형 건설사들이 임대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브랜드 가치 하락과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꺼리거나 아예 시공사 입찰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과거 기준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과 헐값 매입 단가를 그대로 강요하면 그 어떤 조합도 사업을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며 “도심 주택 공급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매입가를 현실화하고, 기부채납 방식을 현금이나 기반시설 등으로 유연화하는 제도적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